일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리뷰

#1 일본드라마는 때로 우리가 겪게 될 사회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앞서 일본드라마 ‘롱베케이션’의 리뷰를 통해 ‘롱베케이션’ 이후 방영된 한국드라마들의 특성이 이미 위 드라마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는 언급을 하였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특정한 감정은 없지만, 때로는 일본드라마에 나타나는 사회 모습들을 보고 ‘아, 이 나라에서는 이 소재가 벌써 드라마로 다뤄질 만큼 숙성되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2016년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종영 후 남녀 주인공이 결혼을 발표하는 경사를 맞게 된다. 매 회차 엔딩 부분에서 등장인물들의 귀여운 노래와 춤이 등장해 이 또한 큰 인기를 끌었다.

 

로맨틱 코미디 스토리에 연신 귀엽게 그려지는 인물들의 모습에 반하여, 취업에서, 혹은 연애에서 실패를 맛본 젊은이들, 그리고 가사노동의 가치 평가와 같이 현실을 반영하여 전달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2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들간의 관계

 

1. 취업에 실패한 여자

여주인공 ‘미쿠리’는 석사까지 공부해 졸업했지만 전공을 살린 직업은커녕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다가 재계약에 이르지 못하게 된다. 결국 부모님의 권유로 가사도우미 일을 아르바이트로 하며 남주인공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2. 연애에 실패한 남자

남주인공 ‘츠자키’는 비록 직업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었을지언정 30대 중반까지 단 한 번도 연애에 이르지 못한 ‘모태솔로’이다. 자신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연애관계에 있어서는 서툴기가 그지없는 ‘초식남’이다.

 

3. 계약 결혼

생각보다 가사 일이 적성에 맞은 미쿠리, 미쿠리가 하는 가사 일이 마음에 들었던 츠자키는 미쿠리의 제안으로 사실혼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3 가사 노동의 가치 평가

 

위와 같이 흘러간 두 사람의 관계도 흥미롭지만, 내가 가장 흥미를 느꼈던 지점은 츠자키가 미쿠리에게 계약 결혼이 아닌 ‘진짜 결혼’을 제안하는 시점이었다. 계약 결혼 하에서 미쿠리는 가사를 제공할 의무, 그리고 츠자키는 제공되는 가사에 대해서 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명백히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감정이 무르익어 진짜 부부로 전환되려는 시점에 이르러 츠자키는 미쿠리의 가사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가사 노동의 가치에 대해 재평가를 하게 하는 지점이었다.

 

 

#4 스페셜 에피소드

 

왓챠를 통해 이 작품을 보았는데, 지금은 더 이상 왓챠에서는 서비스되지 않고, 본편이 아닌 스페셜 에피소드를 웨이브 및 티빙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스페셜 에피소드에는 맞벌이를 하며 지내던 두 주인공이 임신하면서 갈등 상황에 이르고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을 겪는 상황들이 나타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