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리뷰

‘러브 온 더 스펙트럼: 호주’ 넷플릭스 추천 연애 예능 리뷰

con-reviewer 2023. 6. 17. 18:30

#1 연애 예능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막을 내린 SBS ‘짝’이 막을 내린 이후, 참가자들 간의 연애 감정의 교류가 주가 되는 일종의 ‘연애 예능’이 한동안 종적을 감추는가 싶더니, 최근 요 몇 년 새, ‘나는 솔로’, ‘하트시그널’, ‘솔로지옥’, ‘환승연애’ 등 컨셉과 테마가 조금씩 다른 연애 예능이 신드롬처럼 대거 등장해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러브 온 더 스펙트럼: 호주’는 국내 제작 여느 연애 예능들과는 지극히 차별화되었다. 주인공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자폐아’라고 표현하는 이들이다.
 

#2 자폐 스펙트럼 장애

‘자폐아’라는 단어만 알고 있던 내가 이 프로를 통해 자폐와 관련하여 쓰이는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를 새로이 알게 되었다. 우선 스펙트럼은 아래와 같이 빛이 파장에 따라 갖는 여러 ‘분포’를 뜻한다고 한다.
 

 
어느 한 정의에 해당하는 모습의 다양한 양상들이 있을 때, 우리는 흔히 ‘스펙트럼이 넓다’라고 이야기한다. 빛이 나타내는 색상의 모습에는 빨간색, 주황색이 있을 뿐 아니라 파란색같이 다소 덜 비슷해 보이는 색도 포함된다.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빨간색이 끝나고 주황색이 시작되는지 명확히 구분할 수도 없다.
 
그와 같이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는 아동의 일반적인 발달 과정에서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의 결함을 주로 하는 지장이 발생할 때, ‘자폐증’이라는 증상이 ‘있다, 없다’라고 빨강, 파랑을 나누듯 양분하는 대신, 그 아동의 행동 특성이 어느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넓은 범주 안에 들어가 있고 스펙트럼 내의 다양한 색깔처럼 정도의 차이만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듯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폐를 갖고 있는 이들일지언정 굉장히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어떤 이는 첫 마디를 할 때부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폐아’의 인상에 부합하고, 또 다른 이는 몇 마디를 연이어 내뱉을 때까지도 저 사람이 왜 호주판 나는 솔로가 아닌 이 예능에 출연했는지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한다.
 

#3 따스한 시선

이 프로는 그렇게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북돋음과 동시에 연신 따스한 시선으로 장애를 가진 개개인을 그려낸다. 인물 한 명을 소개할 때마다 그 인물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세 가지씩 언급하는데, 그것은 따스한 봄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는 것과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와 같이 각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할만한 것, 그리고 싫어할만한 것들이다. 그 외에 그가 자폐 스펙트럼 내에서 어떤 증상을 가지고 있는지, 중증인지 경증인지, 학교를 어디까지 마치고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와 같은 세속적인 평가 기준에 관한 것들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그들은 연애 관계를 맺고자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에 대한 바람과 의지를 드러내고, 가족들의 지지와 도움, 그리고 필요한 경우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실제 데이트 상황을 예상, 역할극을 해 보면서 적절한, 그리고 적절하지 않은 관계 맺기의 예시를 체험해보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등장인물이 제작진이 안배한 데이트 상대를 만났을 때, 시청자로서는 두 사람사이에 원활한 소통과 감정의 교류가 있기를 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쉽게 따고 버리는 인스턴트 캔을 대하는 것과 같이 1번 아니면 2번 여자, 그것도 아니면 3번 여자랑 잘 되겠지 하는 태도로 인물들을 가볍게 소비하고 비교하는 태도로는 보아지지 않는다. 자폐 스펙트럼의 유무, 정도의 차이를 넘어서 등장인물을 지금 그 프로를 시청하고 있는 세상 단 하나의 ‘나’와 같이 하나의 유일한 인간으로 바라보며, 꾸밈없고 상대에 대한 평가 없는 그들이 하나의 만남을 겪으면서 이뤄내는 성공과 실패에 온 마음이 공명하게 되는 것이다.
 

#4 추천

냉혹한 세상의 평가에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연애와 결혼에 어떠한 자격요건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재확인하고 싶을 때 보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